문자 발명가들

Script Invent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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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문자의 삶과 죽음
 
LIFE AND DEATH OF WRITING
 
10월 18일 (일) 오후 2시
세종문화회관 예인홀

 
대담자: 종림스님, 김남시
무대 디자인: 김은형
문자의 삶, 심지어 죽음을 생각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 문자는, 마치 태어날 때부터 몸에 달린 눈이나 손처럼 사용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만들어져 있는 문자를 ‘발견’하지만, 사실상 문자는 인류에 의해 집단적으로 ‘발명’된 것이다. 권력과 지식 이전과는 다른 소통방식과 새로운 사회적 위계가 그 탄생의 길에 함께한다. 쓰여지고, 파여지고, 찍히고, 전달되고, 배포되면서 새로운 지식과 권력, 소통방식과 사회적 위계를 만들어낸다. 돌, 양피지, 천, 종이 등 문자를 저장하고, 보이게 하고, 유통시키는 사물들의 무게와 가치, 내구성과 더불어 자라고, 몸을 키우며 나이를 먹는다. 종림 스님은 이전까지 역사적 유물로만 오브제화되어 있던 대장경 한판 한판을 탁본 뜨고, 글자 하나하나의 의미를 해석하고 디지털화하였다. 종림스님은, 목판 속에 딱딱히 굳어있던 문자들을 수없이 복제될 수 있는 비물질적 텍스트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네트워크 상의 지식으로 전환시켰다. 목판에 새겨지고, 종이에 찍히고, 디지털화되어 컴퓨터 화면에 등장하는 문자는 그때마다 새로운 지식과 권력, 소통방식과 사회적 위계를 주도하고, 반영한다. 이것은 문자의 새로운 삶인가, 아니면 이전까지의 권위와 아우라를 잃은 문자의 죽음인가.
종림
격식과 의례를 넘는 열린 행보로 불교와 세상의 소통에 진력해온 조계종 승려. 해인사 도서관장으로 1996년 세계 최초로 고려재조대장경을 전산화하고, 이어 초조대장경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제 28회 불이상을 수상했다
 
김남시
우리 주변의 사물과 사건들이 우리에게 갖는 의미를 미학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이화여대 조형예술학부 교수로 [트위터와 새로운 문자소통의 가능성: 발터 벤야민의 ‘이야기’ 개념을 중심으로], [예술가의 마니페스트: 미래주의 마니페스트를 중심으로] 등의 논문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