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들이 마치 펜이나 붓이 된 것처럼 바닥에 펼쳐진 책상 위를 걸어 다니면서 움직이는 동선에 따라 나시 문자들을 쓰게 된다. 관람객들이 생성한 문자열은 생명을 가진 듯 때로 겹치기도 하면서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책상 위에 기록되었다가 더 이상의 움직임이 없게 되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사용자 수가 매우 작으나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나시 문자는 현대에 사용되고 있는 유일한 상형문자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나시 문자는 비록 소수의 사용자만 사용하고 있지만 사물(事物)을 본 떠 그 사물이나 그것에 관련 있는 관념을 나타낸 상형문자이기에, 상징성과 연상 작용을 통해 큰 어려움 없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형태적으로도 모든 민족이 흥미를 느낄만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문자는 매우 현대적이고 국제적이라 할 수 있다. 이 탁자에서는 나시 문자가 관람객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생성되고 기록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다양한 문화가 녹아 들어있는 세계의 여러 문자들의 존재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였다. 즉 문자의 사용자인 관람객들의 행동을 매개체로 하여 문자가 스스로 자생하여 사용되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오늘날의 디지털 생태계 안에서 문자가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생성, 이동, 소멸하는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문자라는 것은 그 문자를 향유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발자취에 따라 보전되고 변화하고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