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자심포지아 2018
World Script Symposia 2018
황금사슬
The Golden Chain

2018년 10월 4일 (목) –
10월 7일(일)
수성동계곡, 영추문, 옥인동34-1, 상촌재, 공간 291 (세종마을 일대)

개막식:
2018년 10월 4일 (목)
17:00 수성동 계곡

개막 사전행사:
2018년 10월 4일 (목)
16:30 수성동 계곡

폐막행사:
2018년 10월 7일 (일)
11:00 영추문

‹세계문자심포지아2018› 에 초대합니다.



촛불 시민혁명의 승리를 통해 우리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살려 냈습니다.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회복하고자 하는 열망을 제 스스로의 힘으로 성취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 과정은 평화로웠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완성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세계문자심포지아는 2014 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4 회의 축제를 소개하면서 여러 다양한 시도와 색깔을 가져왔습니다. 이번 축제의 제목이자 주제인 ‘황금사슬’은 세계문자심포지아의 분기점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교사회학에서 유래한 ‘황금사슬’은 강자와 약자, 부자와 가난한 자, 대중과 전문가를 넘어선 해방적 결속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황금사슬’은 바로 이 순간의 시대정신입니다. 우리가 인간적 존엄을 회복해 나가는 길은, 인간과 인간의 연대와 결속이라는 '고귀한' 행동 외엔 없기 때문입니다.

‹세계문자심포지아2018›의 공간은 종로구 일대로 ‘세종 나신 마을’입니다. 문자의 공유, 문화의 공유를 통해 백성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건 훈민정음에 담긴 철학이기도 합니다. 시민과 예술가, 학자들이 만나 연대와 삶의 결속에 관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종로의 거리와 골목에서, 세종 나신 이곳에서 바로 그 일이 시작되길 기대합니다.



임옥상, (사)세계문자연구소 대표이사

‹세계문자심포지아 2018: 황금사슬›을 소개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져만 갑니다. 우리 앞에는 급격한 자본화가 만들어낸 심각하고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그 문제들은 특히 다수의 평범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집중됩니다. 최근 세계문자심포지아 2018의 공간인 종로구 옥인동 일대에서도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대 자본주의의 범람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피해자가 되거나 방관자가 될 것을 강요 받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유령이 우리 주변을 떠돌고 있습니다.

‘황금사슬’은 종교사회학에서 유래한 말이지만 그런 현실을 꿰뚫습니다. 쇠사슬이 속박과 억눌림을 의미한다면, 황금사슬은 강자와 약자, 부자와 가난한 자, 대중과 전문가를 넘어선 해방적 결속을 의미합니다. 황금사슬을 세계문자심포지아 2018의 제목으로 삼은 데에는, 이번 축제의 공간인 종로구 통인동, 옥인동 일대가 역사적 자취와 자본주의적 일상이 공존한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습니다. 세종이 태어난 곳이며 중인들의 문학인 위항문학의 발신지였던 이곳은 현재 그 역사적 유산들이 상업적 자산이 되어 관광객으로 붐비는 시장이 되었습니다.

한글은 ‘널리 백성을 이롭게 한다’라는 15세기 왕조 정치를 뒷받침하는 창제 의의를 갖습니다. 이후 1945년 해방과 함께 한글은 새롭게 시작하는 근대국가의 국어로 완성이 됩니다. 조선에서 한자는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소수 귀족에 의해서만 성립되었다면, 한글은 민주사회 주권 시민들에 의해서 성립됩니다. 문자는 제가 처한 사회적 제도나 이데올로기를 뒷받침하는 도구이자, 국가와 자본이라는 권력을 상징하는 표현 매체입니다.

반면, 예술가와 지식인들의 문자는 시민의 자기 해방에 기여하는 도구입니다. 이때 문자는 소수 엘리트만이 누리는 지배와 권력의 문자가 아닙니다. 문자는 스스로 세상의 얼개를 꿰뚫어보는 지성의 수단이 됩니다. 이들은 제 예술적, 지적 상상력을 개입하여 현실에 대응하며 혹은 현실과 싸워가며 자신만의 문자, 해방의 문자를 만들어 갑니다.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수단을 넘어서, 시민들이 제 삶의 주인이 되는 수단이 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세계문자심포지아 2018의 폐막행사로, 경복궁의 서쪽문인 영추문을 엽니다. ‘문자는 파열이다’라는 글씨를 들고 주민들이 예술가들과 지식인들과 함께 궁 안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이는 인간의 존엄을 향한 시민들의 내부 에너지가 방출된다는 것을 상징하는 문화적 퍼포먼스입니다. 백성이 아닌 민주주의의 주인으로서 시민이, 지배의 문자가 아닌 해방의 문자를 구축해 나가야 함을 알립니다. 황금사슬 같은 인간적 유대와 결속, 민주적 지성과 미감이 새롭게 구축되어야 함을 알리는 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양지윤, 세계문자심포지아 2018 예술감독
‹세계문자심포지아 2018›을 환영합니다.

선선한 공기와 넉넉한 기운이 충만한 좋은 계절 10월에 제5회 세계문자심포지아와 함께 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문자는 인간의 언어를 적는데 사용하는 시각적인 기호체계라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 기록을 통해 역사를 남기고 문화를 창달하며 세대 간 소통의 역할로 문명의 진화를 선도하는 “체계”입니다.

2014년 첫해를 시작으로 세계문자심포지아는 해마다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주고 확고한 주제의식과 함께 문자가 주는 의미를 대중과 공유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지속해 왔습니다.금년도 주제인 ‘황금사슬’은 오늘의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인간이 보다 인간답게 살기 위한 끊임없는 고민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근간에 진행된 평화를 향한 의미 있는 발걸음 또한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아 국민의 염원을 응원하게 될 것입니다.

알려진 세계의 문자는 약 130여종이며 현대에 사용되는 문자는 60여종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 중 우리 한글은 발음기관과 천지인(天地人)의 모양을 본떠 자음과 모음을 만든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문자입니다. 그리고 만든 이와 제자원리를 기록한 유일무이한 문자이기도 합니다. 백성을 위해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께서 나신 이곳에서 열리는 오늘의 심포지아는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합니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여 이야기하고 기록하는 오늘의 세종마을이 백성을 이롭게 하고자 했던 성군의 의지와 닿아 있기를 바랍니다.

(사)세계문자연구소 임옥상 대표이사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준비된 다채로운 예술 활동에 지역의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시간과 공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