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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리닝
바디 랭귀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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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2일 (목) 오후 7시
씨네코드 선재

 
큐레이터: 막사 졸러(Maxa Zoller)
강연자: 아디나 메이(Adeena Mey) + 안유리
[바디 랭귀지스]는 신체적이며 본능적인 관점에서 언어에 관한 개념을 다루는 실험영화들을 상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관객들에게 세대와 지역을 초월해 말하는 행위의 조건과 한계를 모색하는 다양한 작가주의적 영화를 소개한다. 이것이 여성 영화감독들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건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지배적 언어는 ‘남성의 논리’에 따라 구성되므로 무엇인가를 공개적으로 말한다는 것은 여성들에게는 항상 ‘두 사람이 개입하는 행위(a double act)’였다. 그러므로 신체언어는 1970년대 출현한 일단의 페미니스트 사상가들, 특히 프랑스 여권주의자들의 ‘여성적 글쓰기(Ecriture feminine)’라는 개념에 기여하고 있다. 줄리아 크리스테바나 엘렌 식수와 같은 여성해방운동 이론가들은 이러한 글쓰기에 관한 이론을 정립했을 뿐만 아니라 신체와 마음을 분리된 위계적인 실체로 다루는 대신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요소들로 다뤘다.
 
프로그램의 개막작은 오스트리아 감독 카트린 레제타리츠가 제작한 수화에 관한 단편영화인 [이집트 Ägypten]이다. 레제타리츠는 어른이나 아이들에 의해 수화로 ‘말해진’ 일련의 이야기를 기록하며 언어가 반드시 언어적일 필요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영국의 영화감독 카렌 미르자와 브래드 버틀러가 제작한 [물러서지 마라 Hold Your Ground]는 이와는 완전히 다른 맥락에서 비언어적인 언어에 관한 개념을 발전시킨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퍼포먼스는 2011년 이집트에서 일어난 혁명운동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여기에서 언어는 동작이 되고 동작은 언어가 된다. 개인영어교습을 기록한 카타리나 젠츨러의 [완벽한 소리The Perfect Sound]는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언어를 배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주제로 다룬다. 안유리의 [유동하는 땅, 흔들리는 마음; 테셀에서 제주까지 Floating Land Drifting Heart: from Texel to Jeju]에서 언어는 이동하고 부유하는 대상이 된다. 헨드릭 하멜의 글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한 이 비디오는 언어의 시학을 아름답게 중계한다. 언어의 물질성을 다른 차원에서 다루는 제인 파커의 [케이 K]는 입에서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감독 자신의 퍼포먼스에 근거한다. 입에서 끄집어 내는 것은 얼핏 보면 그녀 자신의 혀처럼 보이나 긴 고기조각으로 이것으로 옷을 짠다. 이 프로그램의 대미를 장식하는 쉬린 네샤트의 [격동 Turbulence]은 두 이란인 가수에 의한 몰입적인 음악공연을 다룬다. 남성가수는 가득 찬 관객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나 여성가수는 관객이 아무도 없는 공연장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그녀의 노래는 부분적으로 사운드 아트적인 표현처럼 들린다.
 
지정학적 경계가 새롭게 획정되며 경제모델은 막바지로 치닫고 권력이동이 일어나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세계에서 우리가 느낀 것을 표현할 새로운 언어가 필요하다. 전지구적인 위기로 인해 우리는 철학이나 예술분야에서 최근에 다루어지는 음성과 발화나 언어의 개념에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바디 랭귀지스]는 이러한 새로운 담론이나 최근의 사회정치적 사건, 특히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의 민주화 혁명, 그리고 유럽이나 여타 서구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위의 물결로부터 영감을 받아 기획되었다. 무엇보다도 언어를 신체적 행위로 보는 페미니스트적 관점은 우리가 거리에서 혹은 교실에서 직면했던 (여전히 직면하고 있는) 언어의 위기와 관련해 유용한 개념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사용하는 언어가 낡은 것이 되었을 때 어떻게 새로운 언어를 말해야 하는가 라는 물음에 직면한다.
막사 졸러
카이로에서 현대미술과 영화에 관해 강의하고 있으며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테이트 모던과 같은 주요 미술관에서 실험적이며 주변적인 영화감독을 소개하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최근 암스테르담의 아이 영화박물관EYE Film Museum에서 앤서니 맥콜의 개인전을 기획했다. 현재 바젤 아트페어의 스크리닝 프로그램 큐레이터를 맡고 있다.
 
 
상영작 소개
카트린 레제타리츠
[이집트 Ägypten]
오스트리아, 1997년, 10분

이 작품은 오스트리아의 배우이자 영화감독으로 세계적인 영화감독 미카엘 하네케 아래에서 조감독으로 일한 적 있는 카트린 레제타리츠의 첫 실험 다큐멘터리다. 관찰과정을 표현한 이 아름다운 흑백영화는 청각이나 언어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세심한 초상화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수화를 통해 믿기 힘들 정도로 세심한 감정을 전달하며 이들의 수화는 마치 판토마임처럼 보이거나 때론 언어보다도 더욱 풍부한 표현을 전달한다.
 
카렌 미르자 & 브래드 버틀러
[물러서지 마라 Hold Your Ground]
영국, 2012년, 7분 57초

영국작가 캐런 미르자와 브래드 버틀러의 작품으로 2010년의 영국에서 일어났던 학생시위와 2011년 이집트혁명을 영화감독의 시각으로 포착한 것이다. 배우의 동작은 ‘현명한 시위법 How to protest intelligently’이라는 제목이 붙은 카이로에서 발견된 전단지나 역사적인 시위를 촬영한 장면들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다. 이 작품은 공공장소인 런던의 카나리 워프 지하역의 장소특정적인 설치작품과 [딥 스테이트 Deep State](2012)의 일부로 구상되었다. 미자와 버틀러는 마지막 남아있는 아날로그영화연구소가 입주해 있으며, 영화상영, 워크숍, 여름학교, 그리고 다양한 교육적 목적의 행사가 열리는 영화공간 no.w.here를 런던에서 운영하고 있다.
 
카타리나 젠츨러
[완벽한 소리 The Perfect Sound]
네덜란드/영국, 2009, 14분 30초

이 영화는 주민들이 억센 말씨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영국 버밍햄의 억양제거반을 다룬다. 교사와 학생은 친근한 관계 속에서 서로 어울리는데 중요한 ‘음성가면’을 얻기 위해 발음 상의 차이를 없애고자 노력한다. 드제라르는 세르비아의 예술가이자 영화감독으로 특이한 맥락에서 언어나 번역과 같은 주제를 다룬 일련의 비디오를 제작했다. 그녀의 작품들은 미묘하며 차분한 관찰에 근거해 친밀하게 느껴지는 근접 촬영한 영상들을 통해 주제를 제시한다.
 
안유리
[유동하는 땅, 흔들리는 마음: 테셀에서 제주까지 Floating Land Drifting Heart: from Texel to Jeju]
2015, 한국, 7분

이 작품은 안유리의 게릿 리에트펠트 아카데미 졸업작품이다. 안유리는 17세기 [하멜표류기] (1653-1666)를 썼던 헨드릭 하멜의 글에 근거해 인상적인 명료함으로 시각적인 시를 창조한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에 소속된 하멜은 텍셀 섬으로부터 항해를 시작했으며 작가는 이 섬을 암스테르담을 향해 떠나기 전 방문했던 제주섬과 연결 시킨다. 이 시적인 비디오에서 바다는 언어의 경계 면과 변위의 은유이다.
 
제인 파커
[케이 K]
영국, 1989, 13분

제인 파커는 1980년대 세대에 속한 영국의 영화감독으로 당시 출현한 페미니스트 담론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단순하나 효과적인 행위, 여성의 육체라는 주제, 그리고 고기/살점과 관계된 언어로 이루어진 이 작품의 미니멀리즘적인 맥락은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저술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으로 작품제목 K는 크리스테바 이름의 첫 글자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파커는 런던 영화감독조합의 회원이었으며 이를 통해 중요한 페미니스트 영화감독인 리즈 로즈, 산드라 라이르, 사라 퍼칠 등과 작업했다. 그녀의 영화제작은 1990년대 영국에서 영화예술의 상업화로 정치에 관한 목소리가 잦아들고 있었을 때 중요한 역할을 했다.
 
쉬린 네샤트
[격동 Turbulence]
이란, 1998, 9분 7초

[격동 Turbulence]은 이란작가 쉬린 네샤트의 획기적인 작품으로 처음에는 이를 마주보는 두 거대한 화면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이 강렬한 시각적/청각적 작품은 몰입적이며 관객을 강렬하며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음악공연으로 사로잡는다. 관객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며 노래하는 남성가수는 인간이나 동물적인 음성으로 노래를 부르는 여성가수와 반대된다. 이 영화는 성(gender)과 관련된 다양한 질문을 다룬다. 누가 어떤 언어로 누구에게 말하도록 허용되었는가? 이 가수들의 역할은 이란 영화감독으로 네샤트의 첫 장편영화 [여자들만의 세상 Women without Men](2009)를 위해 함께 작업했던 쇼자 아자리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무용가, 가수, 작곡가인 수잔 데이힘이 맡았다.